제주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Courtesy of Finn.

제주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다. Courtesy of Finn.

어제랑 똑같이 내렸는데, 왜 맛이 다를까?

전 세계 커피 지식의 대부분은 연중 기후 변화가 비교적 적은 지역을 기준으로 정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극심한 연교차와 일교차, 예측하기 어려운 습도 변화를 가진 한국의 환경은 커피의 생두 보관부터 로스팅, 추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복합적이고 까다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원두 제조업체의 본분은 언제나 일정한 품질의 원두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은 환경을 이해하는 것에 있습니다. 포멜로빈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품질 일관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한국의 독특한 기후 환경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대해 연구하고 해법을 찾아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완성하는 데에는 여러 변수가 관여합니다. 원두의 양, 분쇄도, 물 온도 외에도 그라인더의 발열, 실내 온도와 습도, 원두의 보관 상태 등 미세한 요인들이 최종 결과물의 일관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익히 알려진 변수들 외에 이번 장에서는 로스팅과 커피추출에 영향을 주는 한국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합니다.

계절과 일별 편차가 큰 한국의 기후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당연해서 어려운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터의 본분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단순히 콩을 볶는 과정 외에도 기후, 환경적인 이해도 동반되어야 한다. Courtesy of Pomellow Bean.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당연해서 어려운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터의 본분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단순히 콩을 볶는 과정 외에도 기후, 환경적인 이해도 동반되어야 한다. Courtesy of Pomellow Bean.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은 우리에게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커피 로스터에게 이 아름다움은, 일관된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한 드라마틱한 변수와의 치열한 싸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일관된 커피 품질을 향한 여정에서, 한국의 로스터는 계절마다 변하는 세 가지 거대한 변수, 즉 기온, 습도, 기압과 끊임없이 마주합니다. 이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변수인 기온은 커피의 여정 처음부터 끝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겨울철 창고의 차가운 생두와 여름철의 더운 생두는 로스터에 투입되는 초기 온도부터 다릅니다. 이는 마치 냉장 상태의 고기와 실온의 고기를 굽는 조건이 다른 것과 같아, 매번 로스팅 초반의 열량 설계를 섬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이러한 온도의 영향은 기계 자체에도 미쳐, 추운 날에는 로스터의 열효율이 떨어지고 특히 연속 배치 시 열 관리를 더욱 까다롭게 만듭니다. 로스팅이 끝난 후에도 도전은 계속됩니다. 매장의 일교차로 인해 원두는 밤사이 식었다가 낮에 데워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는 분쇄도와 최종 추출 결과의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무게, 즉 습도와 기압이 더해집니다. 장마철의 높은 습도는 생두의 수분 함량에 영향을 주어 열 전달 방식을 바꾸고, 건조한 겨울 공기는 수분 증발을 가속화합니다. 또한 계절에 따른 기압의 변화는 로스터 내부의 공기 흐름, 즉 대류열의 효율을 좌우합니다. 일관된 향미를 재현하기 위해 로스터는 이 보이지 않는 힘의 변화를 읽고 댐퍼 설정을 정밀하게 조정해야만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 변수는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를 이해하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제어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환경 속에서 연중 변함없는 고품질의 커피를 완성하는 핵심 기술입니다.